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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사실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일단 어제 밤의 대소동이 있었고.
그로 인해 벌어진 개인적인 소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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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다. 인생이란 원래 알 수 없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대응을 했고, 나쁜 대응으로는 손해를 입었고 좋은 대응으로는 추가 손해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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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것이지만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오랜만에 만난 학교 선후배 분들과 썩 재밌게 놀지는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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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나는 대단했지. 무엇이든 말이다.
이전에도 많이 적었지만, 몇 번이나 다시 적을 수 있다.
복싱을 새로 배웠고, 어깨가 커졌다. 체력과 전투력이 올랐고 마음이 더 강해졌다.
투자를 잘해서 적절한 수익을 봤다. 집을 사기로 마음 먹고 질렀다. (참고로 이건 대소동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회사의 업무를 거의 전부 잘해내면서 성과를 인정받았고, 발표로 박수도 받았고 좋은 인상도 남겼다.
크고 작은 상을 받았고, 부상으로 받은 과일을 부모님과 맛나게 먹었다. 가족과 즐거운 휴일, 생일을 보냈다.
매력적인 분들께 대시도 했고, 좋은 선배님들과 얘기 나누며 소중한 조언도 많이 들었다.
친구에게 밥을 사고, 얘기 나누고, 눈사람을 만드는 낭만을 챙겼다.
나를 똑똑하게 만드는 강의, 나를 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강의를 듣고 실천했다.
21간의 오블완 챌린지를 통해 글력을 키우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의 가치를 재고할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난 내 길을 달렸고, 그런 나는 진심으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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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렇게 멋지고 대단했던 나를,
오늘 만난 자리에서는 단 하나도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스스로 평가하자면, 대화에 거의 끼지 못하고 간간히 호응을 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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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선배님이 결혼하신다고 청첩장을 돌리는 자리였다.
당연히 선배님이 자리의 주인이니, 모임의 주인에 걸맞게 응대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대화해본 적이 거의 없는 선배였지만 인기도 많고 친절하고 활발한 선배였고,
내 스스로가 이렇게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재밌게 놀다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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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밥집에 걸어가면서는 뭐 괜찮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걸어가면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 밥집 가면 좀 나아지겠지 했다.
문제는 처음에 텐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인지,
낮은 수준의 텐션이 모임이 끝날 때까지 그냥 유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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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 때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과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다시피 했는데,
대화할 때 꽤 자주 내가 아예 모르는 분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더라.
원래 모르는 분들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편도 아니거니와,
어느 정도 친한지도 애매했기에 결국 선을 못찾고 거의 듣는 수준에서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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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제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으레 하는 이야기들에
정말이지 도무지 공감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일하기 싫고, 다른 멋진 놀거리들을 즐기는 삶을 바라는 게 보통의 분위기로 생각하는데,
나는 일 좋아하거든......
누가 일 좀 못하면, 내가 처음 일할 때가 생각나니까, 나는 시간을 들이면 알아서 배우려니 하거든......
월루는 소문이야 있고 나도 그게 좋다고는 생각 않지만, 우리 부서는 그 정도까진 아닌 거 같은데......
그러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거기다가 대고 어떻게 초를 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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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이 있던 과 후배는 호응이 정말 잘되는 것을 보고,
거기서 나는 "내 사회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라고 생각하고는 자신감이 확 떨어져버린 것이다.
모르는 누군가가 그 당시의 나를 본다면, 정말 존재감 없는 노잼 인간으로 보였을 터다.
선배님도 내가 계속 겉도니까 끼워주려고 많이 노력해주시는 것 같던데,
아니 진짜로 호응이 안 되어서 이마저도 내심 참 미안하게 느껴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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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런 무력한 태도가 거의 고스란히 나온 바람에,
대화는 사실상 두 명 위주로 돌았고 스스로가 완전 들러리처럼 느껴지고 말았다.
선배님과 헤어지고 후배랑 걸어오면서도 텐션 회복이 안 되어서
영 우중충한 얘기만 하다가 헤어진 게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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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느낀 감정은,
처음에는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실제로는 여전히 사회 생활을 어려워함을 알게 되어 느끼는 좌절감과 실망감"이었다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본 후엔 "그냥 좀 안 맞는 건데 너무 신경쓰는 거 아니냐 하는 억울함 비스무리한 것" 정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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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튼 그런 우중충한 기분이었어.
글로 게워내니 한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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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인사드릴 때는 훨씬 더 밝은 텐션으로 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인연이란 부던히도 노력해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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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4 문단에서 적은 것으로 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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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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