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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오블완 문서에서 게임을 만들 때
게임이 스토리 중심이어야 하느냐, 플레이 중심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hdnua.tistory.com/125

 

241124 오블완#18 몰입

친구와 만들던 게임이 하나 있다.XCOM 스타일의 턴제 전술 게임인데,꽤 오래 전부터 만들던 게임이지만 자원 부족으로 진행은 지지부진하고아이디어에 대한 얘기만 오가는 상황이긴 하다.뭐 그

hdnu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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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서, 이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봤다.

Figure 1

Figure 1은 게임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게임이 스토리 진행인지 플레이 진행인지를 표시하는 그림이다.
맨 처음 시작에서는 스토리/플레이가 서로 완전히 중간에 있다고 일단 두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이것이 스토리로 이동하거나, 플레이로 이동한다.
스토리로 이동하면 스토리를 더 진행하게 되고,
플레이로 이동하면 플레이를 더 진행하게 된다.

Figure 2


예를 들어 "용과 같이" 시리즈는 이 두 가지를 전부 다 할 수 있는 게임이고,
극단적으로는 윗줄만 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세분화해보자.

Figure 3

Figure 3과 같이, 게임의 진행은 5개의 단계로도 나눠볼 수 있다.
* 1행: 완전 스토리, 플레이 없음 (ex) 컷신
* 2행: 스토리 위주, 플레이 적음
* 3행: 스토리와 플레이 절충
* 4행: 플레이 위주, 스토리 적음
* 5행: 완전 플레이, 스토리 없음 (ex) "용과 같이"의 미니 게임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게임을 만들 때
게임의 진행을 의도적으로 위 5단계 안에서 오락가락하도록 만들 수가 있겠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구성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Figure 4

Figure 4에서 가장 앞의 3개를 없다고 치고 1행부터 본다고 하면,
"용과 같이"의 구성이 대략적으로 위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용과 같이"의 구성은 대체로 1행부터 시작하여 1행으로 끝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종보스 처치 한정. 실제로 "용과 같이"는 최종 보스를 잡더라도 대체로 남는 놀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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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의 파랑선을 따라가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볼 수 있겠다.
* 1행 : 컷신
* 2행 : 사실상 스토리 진행을 위한 게임 플레이, 게임 오버가 없는 수준의 매우 쉬운 플레이
* 1행 : 컷신 복귀
* 2행 : 마찬가지
* 3행 : 두 상태가 완전히 동등한 상태. 그런데 사실상 이럴 일이 잘 없음
* 4행 : 게임 플레이에 훨씬 집중하게 됨. 스토리는 몰입감을 보조함
* 3행 : 스토리=플레이
* 4행 : 플레이 우선, 스토리 후순
* 5행 : 완전 플레이, 스토리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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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3행을 제외하고 아래와 같이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

Figure 5

Figure 5는 내가 임의로 점을 찍은 다음 파란색으로 이어본 그림이다. 완전 랜덤이라는 뜻.
게임의 전체 구성이 2-1-3-2-1-2-4-2-3-1-2 라는 것인데,
이를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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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행(플레이)에서 1행(스토리)으로 가는 것은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반면,
1행(스토리)에서 4행(플레이)로는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아주아주 어려운 난이도의 보스를 처치하는 것은 위치상 4행인데,
보스 처치 후 1행으로 직행하여 컷신을 보여주는 연출은 실제로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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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되,
(= 한 번에 너무 어려운 과업을 받지 않도록 적절히 조정하되)
(= 스토리에서 플레이로의 전환은 서서히 진행하되)
플레이에서 스토리로의 전환은 즉시 일어날 수도 있으며
경험상 꽤 효과적으로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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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런 단계식 기법을 활용한다면 
게임 시작 시에 난이도 개념을 넣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Figure 5와 같이 게임을 만드는 경우는,
게임 개발자가 게임의 구성을 고정한 다음 그 형태를 플레이어에게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용과 같이"의 구성이 어떠한가를 본다면...

Figure 6

"용과 같이"의 구성은 Figure 6에 가까웠다고 생각을 한다.
어쨌든 큰 줄기는 1행(스토리)이지만,
게임 중간에 2행, 3행, 4행을 매우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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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이렇게 두고 보았을 때 특성을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데,
"용과 같이"는 3행과 4행을 거치지 않을수록 어려워진다.
3행과 4행을 거쳐서 얻는 보상이 없이 1행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시작 시에 난이도를 명시적으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가 서브 보상을 얻지 못한 채로 게임을 진행하는 행위 자체가
난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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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면, "XCOM"의 경우는
시키는 미션만 진행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은,
제시되는 모든 미션을 클리어해서 병사를 강하게 만들고 이기는 것에 비해
비교 불가하게 어렵다.
"Darkest Dungeon"의 경우 최종 보스실에 바로 진입할 수 있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들어가는 것에 대비하면 불가능한 수준으로 어렵다.
사실 이 두 게임은 모두 스토리는 매우 약하고 플레이가 매우 강한 게임이라,
위 스토리-플레이 그래프 이론에 꼭 들어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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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어떤 게임 개발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 생각이 날 때,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보고자 한다.
나중에 모아서 보고 있으면 참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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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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