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가 감독을 맡은 ’메탈기어 솔리드 3: 스네이크 이터’는 2004년작이다. 메탈기어 시리즈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관심이 없다가, 직장 동기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플스로 메탈기어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찾아보게 되었다. 엄청 긴 사다리를 타는 부분이 기억 나느냐, 반사된 빛을 쫓아 공격해야 하는 미션도 있었는데, 특정한 옷을 입고 찾아가면 NPC가 문을 안 열어주는 것도 있었어,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마침 나는 플스2를 사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동기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진심으로 게임을 해보고 싶어져서 그 날 바로 중고 플스를 구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어 정발된 메탈기어 솔리드 3도 중고로 구해서 게임을 돌렸을 때는, 이게 게임인지 영화인지 분간이 안 갔다. 당시 기준으로 그래픽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런 뜻은 아니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이 정말 무지하게 길었던 것이다. 코지마 히데오가다 원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게끔 게임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건 ‘데스 스트랜딩’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래도 이전에 관심이 없던 프랜차이즈라 앞부분 영상이 긴 것은 지루한 느낌을 더 많이 받았고, 게임을 시작하고 3분만에 나무를 타지 못해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이걸 어떻게 지나가는지 동기들한테 묻고 인터넷을 뒤지고 나서야 겨우 나무 타는 법을 알아냈다. (상호작용 버튼이 세모인가로 기억한다)
하여간 초반부는 사실 재미를 느꼈다기보다는 지루한 부분의 연속이었다. 잠입 액션 게임을 많이 안 했던 탓도 있고, 패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도 있고, 무엇보다 일본 게임 특유의 이상한 감성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가 게임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작중에는 오셀롯이라는 소련 장교가 등장하는데, 오셀롯이 산고양이라면서 갑자기 주인공 앞에 나타나선 산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겉멋 든 아저씨들의 총돌리기 묘기를 보고 나서는.. 꽤 진지하게 그만할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https://youtu.be/JFmnbKSiNRA?t=1561
게임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처음 이 놈을 보면 도대체 뭔가 싶다. 보스전에 들어갔을 때, 이 건방진 인간한테 도저히 지고 싶지가 않아서 30분을 숨었다 말았다 와리가리를 하면서 결국 안 죽고 깼다. 이 전투 후에 동굴에 떨어지고 났을 때까지만 해도 진짜 잠깐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진행을 했고, 그러다 만난 두 번째 보스가 바로 '더 페인'. 벌 능력자다.
https://youtu.be/32QfU8giovc?t=2100
그렇다. 이 게임은 현실적인 스파이 액션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입에서 벌을 쏘는 보스, 배트맨에 나오는 파이어플라이같은 놈, 나무를 타고 다니는 개미핥기 인간랑 주먹에서 전기가 나가는 초능력자 놈들이 나온다. 솔직히 '더 페인'이 무슨 무술 동작 같은 걸 할 때만 해도 병맛 같은 분위기에 집중이 잘 안 됐지만, 여기서의 보스 전투는 솔직히 말하면 꽤 재밌었다. 아마 이 지점이 메탈기어 솔리드를 하면서 처음 재미를 느낀 지점이 아닐까. 보스 전투 음악은 신났고, 직접 다가갈 수 없어서 벌을 쫓아내야 할 때 폭탄을 던지는 공략은 재밌었다. 여기서 꼭 R1을 눌러 조준을 직접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총을 쏘는 게 한층 더 쉽게 느껴졌다.
다음부터는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상황에 맞게 골라쓸 수 있는 아이템이 여럿 있었지만, 나는 거의 마취총이랑 총, 폭탄, 열감지기 같은 초보적인 아이템만 썼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발각당해도 거의 그냥 쏴죽이고 지나갔는데, 후반부부터는 상대 인원이 너무 많아서 잠입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이때부턴 실제로 잠입도 재미가 있었다. 변장으로 눈앞에서 경비를 피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흥미롭게 다가왔다.
https://youtu.be/ZUgVLuWJtMI?t=3172
글이 많이 길어지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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